공황장애, 불안, 불면"쓰러질 것 같아요.
혼자 있으면 무서워요.
운동하다가 쓰러질까 봐 혼자는 못 하겠어요."
처음 오셨을 때 하신 말씀입니다.
5년째 공황장애 약을 드시고 계셨는데, 최근 들어 약을 먹어도 증상이 잘 안 잡히기 시작했다며 찾아오셨습니다.
그랬던 분이 이제 혼자 운동을 시작하셨습니다. 7개월 치료기 남겨봅니다.
맥에서 보인 것 — 공황은 마음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
처음 오셨을 때 상태가 꽤 복합적이었습니다.
두근거림, 전신 떨림, 공포감,
혼자 있을 때의 두려움.
거기에 식욕도 많이 떨어져 있었고 전반적으로 무기력한 상태였어요.
맥을 잡아보니 단순히 공황이 심한 것 이상이었습니다.
가슴 쪽에 담이 막히고 흔들리는 느낌,
심장과 담이 함께 허해진 상태,
그리고 비위 기능까지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.
담(膽)은 한의학에서 결단력과 안정감을 담당하는 장부입니다.
여기가 흔들리면 이유 없이 두렵고, 작은 일에도 놀라고, 가슴이 두근거립니다.
이 환자분의 공황이 화가 치밀어 올라서 생기는 패턴이 아니라,
가슴이 불안정하고 겁이 나는 쪽에 가까웠던 이유가 여기 있었습니다.
거기에 비위까지 약해져 있으니 식욕이 떨어지고,
먹지 못하니 기운이 없고, 기운이 없으니 불안감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돌아가고 있었습니다.
치료 방향은 세 가지를 동시에 봐야 했습니다.
담을 풀고
심신을 안정시키는 것,
비위를 살려
식욕을 회복하는 것,
그리고
수면을 안정시키는 것.
1~2차 처방 — 담을 풀고 심신 안정, 비위를 더 보강
1차 처방
— 담을 풀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것을 기본으로, 흉격의 답답함과 불안감을 함께 잡는 방향
2개월 복용 후 공포감은 확실히 줄었습니다.
혼자 있어도 예전처럼 두려움이
확 올라오는 느낌이 많이 가라앉았고,
산책도 가능해지셨어요.
그런데 식욕은 여전히 부족했고, 전신 떨림도 남아 있었습니다.
그래서 2차 처방에서 비위를 더 보강하고 식욕을 올리는 방향으로 처방을 조정했습니다.
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.
"약 먹고 나서 오히려 더 답답해요.
발목이 시리고,
찬물 목욕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."
이 반응을 듣는 순간 바로 알아챘습니다.
처방이 이 환자분에게 너무 무거웠던 겁니다.
식욕이 없다고 해서 비위를 보강하는 약재를 무겁게 쓰고,
불안이 있다고 해서 차갑게 누르는 약재를 함께 넣었더니
몸이 버거워하는 반응이 나온 것이었습니다.
더 넣는 것이 답이 아니었습니다. 오히려 덜어내야 했습니다.
3~4차 처방 — 줄였더니 오히려 더 좋아졌습니다
3차 처방
—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전체적으로 가볍게, 안신 방향만 남기는 구조
결과는 달랐습니다.
발목 시림이 사라졌고,
찬물 목욕한 느낌도 없어졌습니다.
2주 동안 공황 증상이 없었다고 하셨어요.
이때부터 이 환자분께 맞는 방향이 분명해졌습니다.
가볍게 담을 풀고, 비위는 부드럽게만 도와주고, 안신으로 심담을 안정시키는 것.
4차 처방
— 이 구조를 유지하면서 식욕을 올리는 약재를 소량 추가
드디어 체중이 3kg 늘었습니다.
식사량도 늘었고, 배고픔도 생기기 시작하셨어요.
처음 오셨을 때 무기력하고 입맛 없던 분이 배고픔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.
몸이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.
5~6차 처방
— 공황 재발을 막으면서 수면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마무리
수면제를 줄이는 과정에서 공황이 조금 올라오는 시기도 있었지만, 처방을 조정하면서 함께 넘어갔습니다.
7개월 후 달라진 것들
혼자 있으면 무섭다고 하셨던 분이 지금은 혼자 운동을 하고 계십니다.
공포감과 두근거림, 전신 떨림이 많이 완화됐고,
식욕이 돌아오면서 체중도 유지되고 있습니다.
수면제도 거의 다 줄이셨어요.
아직 아침에 완전히 개운하게 일어나는 느낌은 조금 부족하시다고 하는데,
그 부분은 함께 다듬어가고 있습니다.
이 케이스에서 가장 중요했던 교훈은 하나입니다.
더 많이 넣는 게 답이 아니라는 점입니다.
몸이 버거워하는 신호를 빨리 읽고, 덜어내고, 가볍게 가는 것.
그게 오히려 더 빠른 길이었습니다.
공황장애를 치료할 때는 불안만 누르면 안 됩니다.
담이 흔들리는지,
비위가 무너져 있는지,
잠이 망가져 있는지,
기운이 바닥났는지.
이 모든 것을 같이 봐야 합니다.
치료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처방으로 가는 게 아닙니다.
몸의 반응을 보면서 계속 조정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.